물상 MULSANG
(2018~ )
이은지 LEE EUNJI
요즈음 오래된 사물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스크래치들처럼 나와 사물 간에 은은한 상처들이 깔려있구나 생각합니다. 그냥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아픈자국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공간과 사물 그리고 나, 부동하는 것은 없다 이해해보고 싶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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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LEE JAEHYUN
세상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모두가 내가 있는 이 세상에 있음을 알아갑니다.
okji68359@naver.com
<물상>은 이은지, 이재현 2인의 구성으로 부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 같지만 있을지 모를 감각의 정체에 주목합니다. ‘있음과 없음’에 관하여 작업해 왔으며, 소주제로 이해와 오해, 공회전, 하나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과 면의 중첩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더 작게는 가까운 사람들과 사물들, 먼 풍경들이 ‘나’라는 하나 속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첫 개인전 <하얀 입술의 방언들_스페이스만덕_2018>는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변역의 과정과 경계에 있던 전시현장을 경험하게되고 그곳을 겪어온 이들과 동시대 사람들이 공유하는 삶의 문제들을 수집하여 먹고 사는 일, 늙어 죽는 일, 기억하고 잊혀지는 일 등을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포개는 방식을 통하여 일상이 일생이 되기까지 삶의 문장과 이미지를 갈무리하였습니다.
<김씨네 사랑 이야기_예술공간이일구_2020>에서는 61번 버스 안에서 우연히 들었던 옛 대중가요 <사랑의 이야기_김씨네_1976>의 가사에서 당대의 사랑관과 믿음을 감지하고 전시로 옮깁니다. 대중문화에서 사랑을 소비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기위해 작가의 어머니가 10대 시절부터 간직하고 있는 다량의 녹음테이프를 수집하였고, 노래 가사들 속에서 70년대 산업화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먼 고향에 대한 그리움, 80년대의 국가와 집단 정체성, 90년대 사회성장 이후 적극적인 자기표현, 2000년대 문화산업의 발전으로 가능한 패스트패션 등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언어의 변화를 읽을수 있었습니다. 대중가요가 다루는 사랑과, 연애에서 결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중문화’의 자명한 관심사는 작가의 오늘날과 중첩되어 전시로 옮겨지게 됩니다.
<완벽한 오해_공간서울_2021>는 이해와 오해의 상호의존성을 다룹니다. 가장 가깝게 여기는 관계가 때로는 가장 멀고 어려웠던 경험을 비추어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기위해 가장 의존적으로 매달리는 언어와 의미에 관하여 ‘이해하기 위해 오해하기를 시도한다.’는 명제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완벽하게 오해되기>에서 투명 포스트잇 위에 자신만의 동그라미를 그리고 제시된 유형의 동그라미 표본 중에 가장 유사한 곳에 포스트잇을 중첩시켜 분류하게 하면서, 과연 우리가 하나의 동그라미를 그려내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합니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리기위해 서로 다른 동그라미가 중첩되어야만 하듯이 오해는 필연적인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언젠가 완벽한 동그라미가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오해>의 방증이며 <어쩌면 아닐지도 몰라>를 통해 확장된 생각의 문을 열어봅니다.
이해와 오해가 팽팽하게 이쪽저쪽을 바라보며 긴장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은 ‘네가 있어 내가 가능한’ 존재라는 지점에 도착합니다. 더 섬세하게 생각해 보면 오해든 이해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상과 사물을 받아들이는 편집 능력을 어떤 식으로 현상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대상의 있음과 없음의 편집을 좌우하는 믿음의 형태를 고민하기에 이릅니다.
어떤 것을 믿는다는 것 즉, 내가 대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믿음은 무엇일까요. 우리 안에 자신만의 안경이 존재한다거나, 자신만의 그물이 있어서 어떤 대상의 표상할 때 각자 다른 방식의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 것일까요. 또는 기억 이전의 오래된 경험들이 마음 깊은 곳에 흔적을 남겨서 현재의 시점을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평면적인 문장 속에서 유독 그 부분만 보이고 들리게 하는 어떤 물귀신 같은게 있어서 같은 시공간 안에서도 다른 인식과 기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요. 그 해독 불가능한 마음들은 물결 위에 태양이 반사되어 내비친 반짝이들처럼 산발적이고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고 있어 여전히 우리는 마음에 대해 알 수 없는 것일까요.
이렇게 파생된 물음표들로 다양한 시각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려 합니다. 마음의 문제에서 믿음의 문제>편집의 문제>다시 결합의 문제로 돌고 돌아 어쩌면 다시 마음으로 흡수되는 순환을 전시를 통해 이야기 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도 우리는 무언가를 믿고 사는 것 같습니다. 파란신호등에 길을 건너는 믿음, 물 잔을 잡고 있으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영원할 것 같은 착각들, 어쩌면 믿음이 있어야만 우리를 평범한 사람처럼 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믿음은 모양과 향기가 달라서 각 사람마다 마음에 품고 사는 지향점과 신앙심이 다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믿음을 가능하게 하는 분별력이라는 편집능력은 궁극적으로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너의 있음과 나의 있음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만 오려내는 동안 배제되는 모든 장면들이 그러하고, 개인의 삶 밖에서 벌어지는 수만은 일들이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주입되는 것이 그러하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호기롭게 판단하여 상처받은 사람들을 너무 쉽게 위로하려는 것이 그러하듯 이외에도 편집증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폭력들이 있겠지요.
모두 자신만의 신념과 일상의 규율을 의심 없이 수용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듯 굴러가는 세상이 이따금 아주 먼 타향 같습니다. 우리가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이 무엇일지 반문하고 반문하며 다시 <완벽한 오해>에 집중하게 됩니다. 너의 의도로부터 나는 언제나 미끄러지고 내리막길이겠지만 어쩌다 평평한 길 위에서 만나면 사이좋게 손잡고 걸어가고 싶다는 희망. 매 순간 흐르고 한순간도 머무를 수 없는 무상한 세계에서 영원 같은 순간을 믿는다는 것은 반짝임을 닮아서 멀리서 보면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 세상의 갖가지 면들이 서로를 빛내고 그늘지게 하면서 투사되는 형상이 신비주의보다 신비롭다고.
solo show
2022 헛헛한 마음, 임시공간, 인천
2022 기가차다!, 소소공간, 부산
2021 완벽한 오해, 공간서울, 서울
2020 김씨네 사랑 이야기, 예술공간이일구, 부산
2018 하얀 입술의 방언들, 스페이스만덕, 부산
group show
2022 mM Art:Present, 엠엠아트갤러리, 부산
2022 감각적연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경상남도
2022 씨비전: 한 사람의 생애, 빌라해밀톤, 서울
2022 나,무로부터 열람, 공간:일리, 서울
2021 온실열람, 공간:일리, 서울
2019 퍼폼2019:린킨아웃, 일민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 광주
2018 아이엠그라운드, 퀸맵스튜디오, 부산
2017 우리 지금 맞남, 인왕시장, 서울
program
2022 입주작가교환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서울
2018 홍티예풍 한땀한땀, 홍티아트센터, 부산
residency
2022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경상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