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헛한 마음
2022.11.15 - 12.03
@임시공간
기획: 오은서
그래픽디자인: 장윤아
사진촬영: 조신형(Visualog)
가구제작 : 삼십프로
주최: 임시공간
후원: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마음에 형태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양일까? 우리는 마음이 헛헛, 싱숭생숭, 외롭거나 가득 차다는 등의 묘사를 한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마음에 관하여 표현하지만 정작 그것의 정체는 모르고 채팅방에 상태 메시지처럼 마음에 관하여 표현한다.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모양과 본질은 찾지 못하지만, 그것에 대해 표현하려 했던 몸짓과 언어만이 남아있음을 알게 되고, 마치 진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진리에 닿고자 하는 태도와 그것을 표현하려는 불완전한 언어만이 이 세계에 있듯이 말이다.
이러한 언어를 다시 시각적으로 번역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독의 문제에 관하여 마음과 언어의 인과성에 다시 집중해 본다. 몸이 행하는 물리적 점유, 신체와 물질이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성은 비물질적인 마음에 닿기 위해 물질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음에 봉착하고 만다. 마음을 말하기 위해 마음 아닌 것들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안과 밖을, 나와 너를, 이곳과 저곳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항상 대칭점의 무엇인가가필요하다. 나의 나 됨을 알기 위해 나 아닌 것을 만나야 하듯이 말이다.
작품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에서 60초짜리 영상을 1초 컷으로 이어 붙여 한 장짜리 사진을 완성했을 때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순간들이 '오독과 바로 읽기' 사이에서 묘하게 한 장으로 통합되는 이상한 세계를 은유하고, 〈우리가 이어졌는지 끊어졌는지 헷갈리는 이유>에서도 이어졌지만 끊어지고 다른 각도에서 다시 이어지는 드로잉을 통해 이해와 오해 사이에서 헷갈리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내 본다. 작품 <믿을만한 구석>에서는 세상에 마음 붙이지 못하고 사는 부유하는 마음에 관하여 우리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세계에 대한 기초적 단계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일상을 살아낼 기본적인 믿음들이 세상에 발붙일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믿으면서 면과 면을 이어 믿을만한 구석을 만들어 나간다. 후~바람이 드나드는 구멍을 만들고 이름 붙인 <헛헛한 마음>에서는 몸의 기억을 소환해 언어가 가진 신체성을 물리적으로 재구성했으며 비어있는 하트 구멍 사이로 누군가의 입김이 투과되면서 일순간 채워지고 다시 비어있으므로 오간다. <나만 읽을 수 있는 마음>에서는 같은 색이 만나면 사라지는 글자를 보여줌으로써 명료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관계성을 탐구한다. 이처럼 몸과 마음이 언어를 매개로 발화되는 지점을 관찰하고 두루 생각하면서 전개되는 과정들이 이야기와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