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대/축소, 실제 크기
    2023. 11. 3 – 30
    웰컴레지던시 갤러리무계, 경상남도 김해
    무(경)계

    컴퓨터 속 기능 메뉴에서처럼 ‘실제 크기’인 현실에 ‘나’를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며 작품들을 갈무리하였습니다. 사주나 관상, MBTI, 또 성장환경의 결핍을 묻고 따져 주변인들과 갈등의 이유를 찾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의 도움으로도 부모와의 관계, 친구나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그렇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절망과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한계에 가둬버리는 피로함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에 대한 분석이 이해로, 이해가 경험하기 위한 노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겪기 이전에 짐작하고 걱정했기에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려웠음을 고백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과 직접 만날 수 있을까요? 집게손가락을 오므렸다가 펴가며 어느 크기를 가늠할 동안에도 손끝의 감각은 저릿해집니다.

    실제 크기는 없습니다. 그 크기를 알 길이 없기에 그럴수 없습니다. 그랬으니까 찍혔겠지, 라는 사진만 있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미술이 제일 재미있지 않습니다. 작업할 때 ‘깔깔깔’ 웃음소리를 내면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술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할 적에 웃으며 즐거운 걸 보니 작업은 조금 다른 영역에서 아껴주기로 했습니다. 미술은 부업입니다. 저는 부업작가입니다. 무감각을느낍니다.

    아주 오래전 친구 K가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같이 보자고 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개그맨 선후배 사이의 기합과 위계가 심하다는 소문이 있어 싫다고 했지만, K는 그 얼차려와 빠따를 맞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제 몫까지 대신 맞아 준다면서요. 이따금 그 말이 생각나면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어쩌면 울고 싶은 마음의 크기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Zoom In/Zoom Out, Actual Size
    2023. 11. 3 – 30
    Welcome Residency Gallery Mugye, Gyeongsangnam-do Gimhae
    Mu(Gyung)Gye

    I compiled the pieces, wondering about how to operate “me” in reality, which is the “actual size” like the function menu on a computer. I tried to find the reasons for conflict with the people around me by analyzing my fortune, face reading, MBTI, and what I lacked in my environment as I grew up. However, even with their help, my relationships with my parents, friends, and new people did not improve. For me, it has become a despair that “there is nothing I can do because of that” and a fatigue that traps me in the limitations of “that’s just the kind of person he is.” Analysis of a person did not lead to understanding, and understanding did not become an effort to experience something. I confess that it was difficult for relationships to last because I assumed and worried about the person before experiencing them. How can I meet them in person? Even while I gather and unfold my index finger to estimate its size, my fingertips feel numb.

    There is no actual size. This cannot be done because there is no way to know its size. That is why there is only a photo that I assume has been taken well, I could not create something that didn’t exist. I feel numb.

    I remember a long time ago when my friend asked me to take the KBS open comedian exam with him. I said I didn’t want to because there were rumors that there was a lot of competition and hierarchy between senior and junior comedians, but my friend said he was doing it because he wanted to experience those things. He said he would even handle my share, Sometimes, I burst out laughing when I think of those words, but I think this feeling might be similar to how badly my friend wanted to cry.

    <확대/축소, 실제 크기>
    가변크기, 사진 모음, 2023
    1) 웰컴레지던시에 입주한 7월은 곧이어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끼간 낀 바닥은 온통 초록인 세상이 되었고 꽤 긴 시간동안 고립되어야 했습니다. 레지던시가 위치한 무계지역은 개발이 예정되어 사람이 떠난 곳이 많았습니다. 그런 곳은 주변보다 낮은 땅이 되어 있었습니다. 장마가 만든 물웅덩이는 낮은 곳 중에서도 가장 낮음을 알려주는 곳으로, 일시적으로 드러난 현장을 즉석사진기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2) 새벽 출근길에 깔려 죽어있는 고양이가 퇴근길에는 누군가의 손길에의해 치워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치 늘 그래왔다는 듯이. 무계지역을 일시적으로 방문한 작가는 보이지 않는 돌봄이 도시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의 간격을 두고 촬영한 사진에서 고양이로 출발한 시선이 도로 앞 인력사무소까지 옮겨가는 사진입니다.
    3) 외벽 그림이 예뻐서 찍은 건축사진이 전선에 가려져 보기 싫게 나왔습니다. 디지털작업으로 전선을 지우지 않은 대신, 전선을 따라 자르고 다시 이어붙여 단절을 연결을 위한 선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종이새>
    각 3.5×4.5cm, 사진, 2023
    무계 지역의 고속도로 차음벽의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찾아 촬영한 사진 작업입니다. 야생조류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하지만 그 실효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저는 이 스티커가 맹금류의 내부구조가 검게 지워진 형체라는 점과, 몇가지 변주만으로 실제 새를 위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3.5×4.5cm의 증명사진 포맷으로 자르고 인화한 뒤, 다시 큰 새떼처럼 보이게 배치하였습니다. 구체적인 개체의 특성이 아닌 충돌방지라는 목적에 의해 편집된 새가 전체가 되는 동시에 개별적인 구성원으로 작용하는 작업입니다.

    <똑똑하진 않지만 미술 하는 아이>
    41x33cm, 종이 퍼즐에 드로잉, 2023
    (인터넷 밈 ‘똑똑하진 않지만 힘이 센 아이’에서)퍼즐을 잘 못 맞춰도 어렴풋이 완성된 조형과 새, 그 어디쯤을 이루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뼈와 살>
    15x15cm, 종이, 2023
    친구를 따라 접은 개구리 종이접기가 어려웠던 경험에 비추어, 종이 개구리의 외형을 이루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전개를 위한 선은 자르고, 외곽선을 이루는 부분은 이어 개구리의 뼈와 살 부분을 조형적으로 분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