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가차다!
    2022. 6. 11 – 25
    소소공간, 부산

    ‘기’라는 동양문화권 특유의 세계관이 기복신앙과 맺고 있는 종교적, 샤머니즘적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기복의 상징과 문화유산의 차용을 통해 물질과 마음이 맺고 있는 상을 쫓아가면서 손금, 타로, 산기도, 점집처럼 불안하고 삶이 위태로울 때 찾는 원시적 방식의 발현에 주목하였습니다. 이런 양상은 오늘날에도 우리 삶 가까운 곳에서 죽음과 삶의 불안이라는 실존적 문제에 놓인 인간이 의지할 곳을 찾아 도착하는 곳이 됩니다. 남산이나 용두산 등 관광지에 걸려있는 자물쇠를 보면 누군가의 행복과 안전, 영원, 건강과 같은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가올 미지의 불행을 막고 죽음과 고통을 넘어서려는 의지와 힘이 만들어낸 마음의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속에 쓰이는 종이무구와 신장대의 양식을 빌려와 아동미술의 색종이목걸이처럼 고리를 이어서 하나의 큰 조형을 만들고 마음이 투영하는 작품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생애복사기>
    가변크기, 도자, 종이오려내기, 24피스, 2022
    사람 대 사람의 접촉이 제한되고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우리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집적적인 접촉이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어떠한 믿음으로 엮어진 관념이 사회를 연결하고 있다는 생각에 닫게 되었습니다. 국제감각이 있는 손금, 부동산 운이 좋은 손금, 리더가 될 손금처럼 소망하는 삶의 모습이 양각되어 있는 작품과의 하이파이브를 통하여 생애를 복사하는 작품은 손바닥끼리 맞댈 때 전해지는 온기를 상상하였습니다. 작품의 손금을 나의 것으로 가져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지워지는 일시적 드로잉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생애복사기’는 도자로 만든 양각과 종이를 오려낸 음각이 있습니다. 모든 의미나 사물에 양가적 측면이 있음을 생각해볼때, 닿을수 있는 손금과, 닿을수 없는(혹은 닿아선 안되는) 손금을 함께 제작하였습니다. ‘생애복사기’의 도자작품은 사람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양각이 되었고, 종이 작품은 닿을 수 없는 음각으로 표현하였습니다.